프랑스 성매매 관련법의 실패와 일탈
오는 3월 18일이면 ‘성매매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시키기 위해’ 내무부장관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시행한 프랑스 국내 치안 관련법이 2주년을 맞는다. 프랑스 유수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2005년 1월 22일자 신문을 통해 프랑스에서의 성매매 현황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상빈(한국외대 불어과 대우교수, 프랑스 파리제8대학 문학박사) verita@unitel.co.kr
오는 3월 18일이면 ‘성매매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시키기 위해’ 내무부장관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도입한 프랑스 국내 치안 관련법이 2주년을 맞는다.
통계상으로만 따져볼 때 법이 가져다준 효력은 대단하다. 파리에서 ‘눈에 띠는’ 성매매 숫자는 1/3로 줄어들었고, 2004년 11월 30일 기준으로 성매매와 관련된 7500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의 이면은 지극히 잔인하다. 일거리를 잃은 게이들은 무숙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기관인 ‘사랑의 레스토랑’을 찾고 있고, 아프리카 여성들은 일거리를 찾아 파리고속열차인 RER나 지방 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실정이다. 빈곤이 가중되고, 신분이 허약해진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공황을 가져다준 2003년 3월 18일 법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애당초 이 법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의회에서 연설할 당시만 해도 사르코지는 “성매매를 근절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자 합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매춘 문제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입장 표명이 아니라, 유럽 확대와 더불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리-엘리자베트 앙드만과 자닌 모쉬즈-라보가 공동집필 책임을 맡은 저서 ꡔ파리의 매춘ꡕ 속에서, 법학자 조안 베르디에 역시 2003년 3월 18일 법의 일차적 목적이 공공질서 위반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이 행정당국으로 하여금 불법 이민을 더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속뜻은 왜 성매매에 대한 모든 탄압적 조치가 거리에서의 매춘에 집중되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형태의 매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실제로 프랑스 법은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성매매를 하다가 걸릴 경우 6개월의 투옥이나 3750 유로의 벌금형에 처하는 이중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거기서 “완전한 위선이 발견된다.”고 정치학자 자닌 모쉬즈 라보는 지적한다. 국세청이나 국무위원회, 최고법원이 공히 인정하고 있는 성매매 종사활동이 오늘날 프랑스에서 위험한 범죄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가장 효과적으로 근절시키기를 모색’하는 사르코지 법의 특징은 ‘수동적 손님끌기 죄’를 형법에 도입한데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처벌대상은 지극히 모호하다. ‘수동적 손님끌기’가 성매매 종사자의 외관을 가지고서 제스처, 시선, 도발적인 어슬렁거림 등을 통해 손님을 유혹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공권력으로 하여금 의심이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들을 체포하고, 감시하며, 법정에 세우고 추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정의도 애매하다. 1996년 최고법원의 한 결정에 따르면, 성매매를 ‘타인의 성적 만족을 채워주기 위해 돈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을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육체적 접촉’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이 법은 범법행위에 대한 ‘행정적’ 처리와 재판에의 회부 사이에서 경찰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바로 그로부터 자의적으로 결정할 위험이 높아진다. 이 법이 약속했던 매춘업 희생자들을 위한 숙소, 직업교육, 생활 안정 등 ≪인도주의적≫ 노력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프랑스는 성매매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탄압하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사르코지 법에 따라 체포된 800명 가운데 300명은 이미 프랑스 국경 바깥으로 추방되었다. 성매매에 대한 독특한 프랑스의 입장은 특히 이동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을 가장 규제하고 있다. 유럽 도처에서 이민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에, 원하지 않는 자들을 신속하게 통제하고 추방하려는 프랑스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해법이 가장 가혹하다는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사르코지 법 제76조에 따르면, 포주나 성 밀매업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그들에 대해 증언하는 성매매 희생자는 노동 허가와 더불어 임시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고소당한 당사자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희생자는 체류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 역시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성매매 폐지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을 허용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법은 성매매 여성들을 자동으로 추방하지 않고, 여성들이 원할 경우 자선단체의 엄격한 보호와 정식 체류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규제만능주의’를 고수하는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도 성매매 종사자들이 노동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합법적으로 그들을 체류할 수 있게 해준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역시 성매매를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 중에서 매춘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서 고객을 처벌하는 나라는 스웨덴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프랑스의 성매매 현상이 한국에 비해 심각해 보이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 거리와 바, 살롱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몸을 파는 남녀들 숫자는 15000명에서 18000명 사이로 추산되며, 그중 7000명에서 7500명 정도가 파리에서 일하고 있다. 성에 대한 관념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랑스다운 모습일까? 그러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에 대한 탄압은 밀매, 폭력 및 마피아조직의 번성을 낳았다. 서유럽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여권을 위조해주는 사람은 국외 탈출을 돕는 안내인이나 매춘업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러기에 사르코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밀입국을 돕는 국제조직은 오히려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국경을 폐쇄하고 추방을 늘인 행위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여권, 여행, 정착과 관련된 밀거래 가격만 상승시켰고, 그 상승분은 서유럽 땅을 밟고자 하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고스란히 지불해야할 몫으로 남는다.
2003년을 기준으로 할 때 ‘손님끌기’ 때문에 피소된 된 자들의 숫자는 총 2400명이다. 그중 36%는 동구와 발칸반도에서, 31%는 아프리카에서, 8%는 남미와 카리브 해에서, 5%는 마그레브(북아프리카) 지역에서, 3%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여성들이고, 오직 6%만이 프랑스 국적의 여성들이다. 수치만으로도 사르코지 법이 겨냥하는 대상이 외국 여성들이며, 따라서 그 법이 외국인 신분으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위험한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그 여성들을 밀거래자 손에 넘겨주기에 국제 협약은 그들을 엄연한 ‘희생자’로 간주하면서 그 여성들에 대한 책임을 떠맡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성매매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데 프랑스의 고민이 있다. 성매매 환경이 보다 허약해진 대신 은밀해졌고,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은 감옥과 추방, 재산 몰수, 벌금, 그리고 점점 더 빈도수가 늘어나는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탄압을 피해 많은 수의 성매매 여성들은 아랍에미레이트나 코소보 창녀촌 같이 민감한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인권과 치안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까? 사르코지 법의 타당성에 불구하고, 대부분 가난을 피해 서유럽을 찾는 성매매 종사자들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랑스의 향후 해법이 궁금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 국제지역정보 제9권 2호](통권 139호) 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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