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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인권운동을 위하여 - 한국 인권운동의 한 초상 / 서준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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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1 1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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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인권운동을 위하여
- 21세기를 바라보는 한국 인권운동의 한 초상
서 준 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 출처 : 민변 10주년 기념토론회 (1998)
1. ‘진보’를 잃은 시대에 서서
‘진보’에 대한 믿음이란 그것이 설령 “대서양 너머에 인도가 가로놓여 있다”는 따위의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하더라도 인간으로 하여금 두려움 없는 모험에 나서게 해주는 희망일 수 있었다. 그것은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낙천이었으며, 끝내 ‘과학’을 낳고야 마는 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과거처럼 ‘진보’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계(視界) 속에 내일이 들어오지 않는 혼돈 속에서, 과거에 열정적으로 진보와 희망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불안에 떨면서 헤매고 있다.
그들은 혹은 바닥 모를 허무와 비관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혹은 영리한 기회주의자가 되어 거리낌 없이 자신에 대한 지적 배신을 감행하고, 혹은 씩씩한 꿈을 버리고 왜소한 일상 속으로 후퇴한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확실히 현대 세계는 혼미상태에 있는 것이다.
아마도 다국적기업의 세계지배가 뚜렷해져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하여 점점 퍼져가던 이론과 가치관의 혼미상태는 결정적으로 현실 사회주의 나라들의 몰락과 냉전체제의 붕괴, 따라서 다국적기업에 그 주된 기초를 둔 현대 제국주의가 세계 전체를 뒤덮게 된 1990년대에 한꺼번에 몰려왔다.
사회주의는 많은 피압박 대중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자본주의의 역사와 더불어 지속되어온 ‘희망’이었으며 도덕성의 근거였다. 그것은 또한 세계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이었고 인류의 미래를 전망케 해주는 ‘법칙’이기도 했다.
적어도 3분의 1의 지구 인구에 희망을 공급했던 이와 같은 가치관이 위기에 봉착한 반면 이에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자유경제체제와 시장경제는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의 빈자리를 메울 가치관을 전혀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가치관의 공급은커녕 압도적 다국적기업의 전세계적 전개라는 조건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전세계의 민중과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거의 항거 불능의 절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인권운동이 ‘과학’과 특정한 ‘역사법칙’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해야 하는 운동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며, 자본주의 성립과 동시에 인간을 소외된 상태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존재해온 운동이라는 점에서 흔들림 없는 진보운동이(어야 한)다.
인류의 역사에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단계가 출현하면서 생겨난, 생존에 대한 권리를 가장 근본적인 내용으로 하는 ‘인권’의 개념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크게 비틀리며 위협 받아왔다. 그리하여 많은 인권운동이 이렇게 오도된 ‘인권’개념 아래 자본의 지배를 합리화시키는 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추어왔던 것이다.
인권운동은 진보운동이어야 한다. 특히 다국적 자본의 횡포와 지배가 전세계를 짓누르고 IMF 구제금융체제가 우리 사회의 숨통을 죄고 있는 오늘, 이것을 자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혼미와 허무의 시대 속에서 우리의 인권운동은 ‘진보’를 뚜렷이 자각하는 운동으로 재편성됨으로써 진정 인간의 존엄 실현과 인간해방을 위하여 복무하는 운동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전문] 파일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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