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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와 사랑의 형태 / 레이버투데이 2005-12-02 10:05:32    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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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랑의 형태’

[레이버투데이 2005-12-01 13:22]    

‘해피투게더’ ‘크라잉게임’ ‘토탈 이클립스’ ‘프리스트’ ‘필라델피아’ ‘소년은 울지 않는다’ ‘바운드’ ‘두 여자의 사랑’ ‘결혼피로연’ 등등….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만큼이나 동성 사이의 사랑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다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도착’ ‘변태’ ‘정신장애’ ‘방탕한 성’ ‘도덕적 일탈’ ‘에이즈의 주범’ 등으로 낙인찍히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 일쑤니 말이다. 동성애는 이미 정신질환 항목에서 삭제되었고, 에이즈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 질병임에도. 심지어 진보정당 일각에서 조차 동성애를 ‘자본주의 파행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 활동가들.
ⓒ 매일노동뉴스


‘동성애’를 바라보는 일그러진 ‘이중잣대’

낼 모레면 환갑인 영국의 팝스타 엘튼 존이 동성애 연인인 캐나다 출신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42)의 결혼을 알리는 최근 뉴스들. 지난 12년간 동성애 커플을 유지해온 그들은 영국에서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는 ‘시민 파트너십 법’이 발효되는 첫 날인 12월 21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개런티의 방송촬영 요청에도 엘튼 존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요기’감이 되기보다 그들의 사랑이 방해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전세계 언론의 호들갑과 한국언론의 받아쓰기 기사 외에 ‘동성애’에 대해 진지한 접근은 애초에 관심조차 없는 모양이다. 세계적으로 성소수자들은 이미 더이상 비정상적인 부류가 아닌 ‘일반적 경향’으로 인정받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2000년 유럽연합(EU)의회가 동성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를 부여하도록 15개 회원국에게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 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동성결혼 및 동성간 파트너십이 보장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인 하리수가 여자보다 예쁜 몸매를 과시할 때나 언론에 부각되고 사람들도 ‘예쁜’ 트랜스젠더라는 하에서 이를 용납한다. ‘게이’로서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연예인 홍석천씨가 그 뒤 방송출연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주류언론은 관심이 없다. “동성애자만이 아닌 연예인으로 봐달라”는 그의 호소는 “재수 없어.” “호모xx”라는 싸늘한 답변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자연스럽게 구축된 성’을 만고불변의 진리로 믿고 있는 이들에게 인류의 ‘동성애’ 역사를 들이밀면 아마도 까무러칠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라 혜공왕, 고려 공민왕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향가의 기록 속에 은근히 배어 나오는 화랑들간의 사랑, 임꺽정 소설 속의 머슴들끼리의 남색 행위 등 각종 기록은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에이즈’ ‘청소년’ 동성애 공격의 두 축


▲ “선생님! 저 동성애자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과연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을 잘 감싸안고 보호해 줄 수 있을까? ⓒ 매일노동뉴스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들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생활할까?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러 궁금증을 안고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역 맞은편 한 허름한 건물의 옥탑방을 개조한 사무실에는 4명의 활동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동성애자 억압에 반대하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그리고 이성애자가 함께하는 단체인 동인련의 회원은 180여명. 청소년에서부터 40대 후반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11월20일부터 27일까지 ‘청소년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프라이드 파티’를 진행중인 동인련.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있거나 성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의 중요성과 자긍심을 고취하는 교육이었다. 청소년들의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기에 강의와 토론을 직접 취재할 수는 없었다.

“청소년과 에이즈는 동성애를 공격하는 두 축입니다.” 동인련의 정욜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의 동성애 공격 기제를 설명했다.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정보접근이 차단되어 있어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동성애)을 일시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자살 등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청소년의 동성애에 대한 생각 및 현황 분석(2003년)’ 연구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2,280명의 청소년 중 ‘스스로 동성애 성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본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주위에 동성애 성향을 나타내는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100명당 2.7명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성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이 이렇듯 많음에도 교과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서구문화의 유입으로 인해 성도덕의 금기 사항이 무너지고, 동성애, 혼전 성교, 포르노그라피, 성 매매 등 다양한 성문화가 범람하고 있어서 성윤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고등학교 시민윤리 103쪽)”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는 사랑이 없어도 자발적인 동의만 있으면 동성애, 성매매, 근친상간 등 어떤 유형의 성관계도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같은 책 105쪽)”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등 동성애자 단체들은 “동성애는 성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동성애자의 총체적인 삶의 모습과 정체성의 문제를 성관계로 완전히 대체해 버리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지학사) 294쪽에서 기술한 ‘에이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감염자와의 성행위, 동성애,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에 의한 투약 등이 중요한 감염 원인이 된다.”

위 단체들은 “동성애는 성행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며 “‘동성애=에이즈’라는 오랜 편견을 답습한 것이고, 에이즈 감염인 및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근거 없는 설명이므로, 에이즈의 감염원인 중 동성애는 삭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상반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이같은 국감질의에서 교육부는 시민윤리 교과서의 ‘동성애 문구’ 삭제와 함께 체육 교과서는 ‘검토 통하여 수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지켜볼 일이다.

가까운 친구, 동료, 이웃이 ‘커밍아웃’할 때 어떻게 할까?
-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줍시다!
-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합시다!
-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 최대한 듣도록 노력하세요!
- 예전과 다름없이 서로 계속 연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상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날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와 같은 의심이나 ‘날 사랑한 적은 있어?’와 같은 질문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 모르는 것이 있다면 숨기는 것보다 솔직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 유머감각과 친근한 표현은 상대를 편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출처 : 성소수자 인권바로알기, 동인련>  


죽음과도 같은 ‘커밍아웃’에 당황, 착각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한 청소년. 전교조에 가입한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3 학생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야 했다.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 선생님은 부모에게 아이의 ‘동성애’ 사실을 알렸다. 따뜻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고, 선의였다. 그러나 그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고, 커밍아웃할 준비가 안된 학생을 위험에 빠뜨렸다. “내가 어떻게 낳아서 길렀는데.” “아이고, 이 못난 놈아.” 부모는 아이를 닥달했고, 학교에도 소문이 퍼지면서 그 학생은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그 학생은 가출했다.

동인련의 성소수자 인권지침서에 따르면 가까운 이웃, 친척, 동료에 대한 커밍아웃은 신뢰감의 표시다. “당신을 그만큼 믿는다”는 표현을 일반인들은 “나를 좋아하는 거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설령 좋아한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걸. “커밍아웃은 한마디로 ‘죽음’이죠. 우리 사회의 편견과 불이익을 잘 알고 있는데 주변에 알리기란 쉽지 않아요. 솔직하게 예의를 갖춰주면 되는 거죠.” 정욜 사무국장은 그가 다니는 직장에는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겁나요. 활동하면서 가끔 두려운 것은 직장에서 알았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을 많이 하죠.” 가족, 동료들에게 커밍아웃하기도 어렵지만 생계와 직결된 직장에서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동성애 ‘동거커플’의 말 못할 고민


▲ 성소수자를 정신질환자로 판정하는 군 당국의 처사에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임태훈씨. 올 6월 출소한 그는 한국인권행동, 엠네스티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동성간 동거를 하고 있는 경우, 다른 직장동료들과는 엄청난 차별에 직면한다. 가족수당, 육아수당 등 기혼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집안의 경조사 때 비용도 없고, 배우자가 아팠을 때 조퇴도 허용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는 그저 또 한명의 독신으로 보일 뿐이다.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을 뿐 성소수자의 애환은 사회생활 곳곳에 배어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은 회사보다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부동산 업체에서 다년간 일했던 레즈비언 박 아무개씨(35). 그는 서울시내에서 한 치킨집을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국노’되는 것 같아 그만뒀다는 그이지만 성소수자로서의 제약도 있었으리라. 여성, 성소수자 단체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10년여 손위 여성 활동가와 동거하고 있다.

그 파트너는 결혼해 낳은 아이들도 있고, 나이 들어 성정체성을 깨달아 현재 이혼하려는 상황. “성정체성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죠. 이혼청구소송이 벌어지면 위자료 등을 제가 물수도 있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더이상 복잡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사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존경하니까요.” 반지하 생활이지만 불편함은 없다. 윗층에는 또 다른 후배 동성커플이 살고 있다.

이성을 사귀어도 안되고, 군대를 갔다와도 안되고, 결혼하면 괜찮겠지, 아이를 낳고 살다가 뒤늦게 아는 경우 등등. 성 정체성은 보통 청소년기에 알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식시기는 다양하다.

“동성애 인권·노동권 침해 왜 사과하지 않나”


▲ 아펙회의와 조지부시 방한에 반대하는 성소수자들의 피켓. 그들은 97년 노동자총파업 연대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 매일노동뉴스

“한번은 예순이 넘은 퇴역장성이 찾아와 상담을 했어요. 자식들은 결혼하고, 아내가 죽은 뒤 뒤늦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성소수자를 정신질환자로 판정하는 징병당국의 차별에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임태훈(31)씨. 그는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게이’임을 선언하면서 가족과 이웃, 사회에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집안 망신 다 시켰다.” 가까운 친척들과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제사, 결혼 등 집안 경조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태훈이 언제 결혼(장가)하냐.” 집안 친척들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미안하고, 의기소침해지고 그럴 때가 많죠.” 그래도 어머니는 자식을 이해한다. “요즘 독신도 많다더라. 스님, 신부들도 있잖아.”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말을 들을라치면 복받치는 설움에 가슴속은 미어진다.

“커밍아웃을 하면 두들겨 맞거나 쫓겨나기 일쑤에요. 심지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기도 하고요.” 가족관계에서도 이럴진대 군대나 사회는 더하다.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닌데도 ‘정신병동’에 수용하거나 부모에게 알려 ‘도덕적 단죄’를 행하기 때문이다.

혼자 살고 있는 임씨. “동성애 결혼 합법화는 이성애자와 동등한 시민권을 획득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결혼제도’틀을 답습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핵심은 ‘친권’이죠.” 동거인의 사망시 재산분할의 문제, 가족수당, 출산, 육아휴직, 병원 응급환자 치료시 보호자 여부 등 신분상·재산상의 권리와 의무의 보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임씨는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처럼 동성, 이성에 관계없이 상속, 의료, 보험, 수당 등 법적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성애자 교사들의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 노조는 ‘동성애’에 대한 입장 자체가 없잖아요.” 이야기는 노조로 향했다. “홍석천씨 방송출연 정지에 대해 방송사의 공개사과나 반성이 없어요. ‘동성애’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MBC 사장은 사과해야죠.”

86년 독재정권에 의한 권인숙 성고문 사건을 취재하고도 쓰지 못했던 기자 최문순은 뒤에 이렇게 자신을 반성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기자가 아닌 것은 물론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또 후회할 일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X파일 특종보도를 취재하고도 낙종한 것과 함께 홍씨에 대해 함구하는 것 말이다.

다양한 인간의 삶 존중해야

“홍석천은 인정해도 내 친구는 용납 못한다”는 태도, “남은 되어도 내 가족만은 안된다”는 ‘이중잣대’. 게이룩을 입고 다니면서도 ‘동성애혐오증(호모포비아)’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과 사회.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었을 때 당신과 노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해’를 바라지도 않는다. ‘오해’만 안받고 살아도 좋겠다.”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거리에 나가 캠페인하는 것 자체가 부럽다고 얘기해요.”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말은 ‘별난 성적집단’ ‘에이즈의 주범’ 등 온갖 편견과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이 땅 성소수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리라. 일곱 색깔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성소수자들. 그들은 ‘동성애’가 성행위가 아닌 다양한 인간의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다.

성소수자가 노동자에게 띄우는 편지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감동, ‘노동자·성소수자’의 ‘연대’를 위해  
                                                                                                                       정숙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사람은 그 많은 수만큼이나 다르고 누구나 다른 취향과 기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가 있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장애인,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등 많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동성애자로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한 구역에 모여 살거나, 특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어디에나 동성애자들은 존재하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연령도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지배자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끊임없는 혐오와 불신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를 강조한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의 주범이며, 문란한 동성연애로 이 사회의 성도덕을 문란하게 하고 이것이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그래서 남녀가 결혼해 아이가 있는 가정만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사람들의 성 생활은 그 자신의 문제이다. 같은 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억압받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는 일은 분명히 옳지 않은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동성애자들은 ‘반 동성애자 법률’들과 억압에 맞서 싸웠고, 모든 형태의 동성애자 억압을 끝장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의 투쟁의 역사는 10년 남짓하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반대하는 파업투쟁에 힘입어 동성애자들도 거리로 나섰다.


그러자 1998년 1월 언론은 “동성애자가 에이즈의 주범”이라며 동성애자들을 공격했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분리시키고, 여성들 때문에 남성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 정규직이 철밥통을 쥐고 놓지 않아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처럼 끊임없이 지배자들은 분열을 조장하며 단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 분열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분명 지배자들이다.



▲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동성애자들은 처음으로 거리에 무지개 깃발을 띄우고 노동자 운동에 참가한 이래 많은 노동자 운동과 억압에 반대하는 투쟁에 참가해 오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감동적이고 기분 좋은 이 영화는 80년대 영국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모습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80년대 영국 광부파업은 동성애자 해방과 노동자 투쟁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업 전 광산에서는 동성애자 혐오증과 성 차별주의가 만연했다. 그러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광부들은 광부 파업을 적극 지지한 동성애자와 여성들 때문에 나중에는 런던에서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주도적인 기여를 한다. 전국광부노조 대표들은 전국노동조합회의와 노동당대회에서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한 정책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비록 광부파업은 실패로 끝났지만, 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파업의 경험으로 사회가 강조해온 온갖 분열들을 극복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모습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좋은 모범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에 선 아들이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은 이 파업의 경험이 실패가 아니고 새로운 운동의 도약임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취급을 받는 사람들. 그러나 마음속에는 자기만의 꿈이 있고 역사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억압을 당하고 있다. 이 억압에 반대해 성소수자는 모든 억압받는 계급들과 함께 연대해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이수현 shlee@labortoday.co.kr


ⓒ1993-2005 매일노동뉴스 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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