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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의
개정 및 폐지에 앞장섭니다.
 
 
 
 


성노동(성매매), 법에서 보장해야 하는 이유 / 윤소영 2011-07-04 02:11:23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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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라는 개념의 문제

질문-호성희

마지막으로 특히 고민스러운 문제는 성매매와 관련해서 새로이 제기되고 있는 성노동자라는 개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점인데요. 세계사회포럼의 주축 중의 하나인 세계여성행진의 주요한 문제의식은 금융세계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성의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인데, 특히 성매매 여성과 관련해서 성노동자라는 개념을 제기하는 것이 저희로서는 아주 난감합니다. 그렇지만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도 성노동자라는 개념이 이미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회피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저희가 토론해본 책으로는 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는 이성숙씨가 쓴 <<매매춘과 페미니즘>>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이성숙시는 세계여성행진이나 퀘벡여성연맹과는 달리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보다는 성욕의 문제로 보는 입장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나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주장해온 성매매 폐지론이나 금지론이 오히려 사회의 이중도덕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성매매 여성을 억압해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노동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오히려 사회가 성매매를 긍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성숙씨는 성매매가 가족제도를 보완하는 긍정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인은 한 남성과 성노동 계약을 하는 것이고 성매매 여성은 다수의 남성과 성노동 계약을 하는 것일 뿐 두 여성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입장과도 동일한 것인데, 특히 엥겔스나 골드만이 그렇게 주장한 적이 있지요. 다만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성매매가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성숙씨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네 번째 질문은 성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인데요. 아까 선생님께서 설명하신 것처럼 성매매 여성을 성노예가 아니라 성노동자로 인식한다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여성권보다 노동권을 특권화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성매매와 성노동)

답변-윤소영

마지막 질문은 성매매를 성 노동으로 인식한다면 과연 성이라는 것도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인가라는 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자면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고 그런 현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상품으로서 노동력이 사멸하는 공산주의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마르크스의 입장은 단지 상품으로서 노동력의 폐지를 주장하는 아나키즘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성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라면, 그런 현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성매매를 사멸시키자는 입장과 단지 성매매를 폐지하거나 금지하자는 입장을 구별하는데서 출발해야할 것입니다. 역사적 페미니즘은 성매매 사멸론이 아니라 폐지론 또는 금지론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성매매를 폐지하거나 금지하자는 페미니즘의 일관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바로 그런 주장 때문에 성매매가 사멸하기는커녕 오히려 극단적 폭력으로 악화되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미 설명한 것처럼, 19세기 전반기 부르조아 국가의 기본적인 입장은 공창제였는데, 이것은 빅토리아적 가족형태를 보충하는 성매매를 국가가 합법화하고 규제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기에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도덕주의 페미니즘이 대두하면서 성매매 폐지론과 금지론이 출현하게 되는데, 그 결과 20세기에 들어와 사창제가 번성하게 되고 전업적인 성노동자가 일반화되는 동시에 성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폭력배가 성매매를 통제하게 되지요. 성매매가 극단적 폭력으로 악화된 데는 사창제 아래서 성노동이 전업화되고 또 폭력배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으로 공창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든지, 아니면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나 급진주의 페미니즘처럼 폐지론이나 금지론을 주장하는 것은 제 생각으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성희 실장이 인용한 이성숙씨의 책은 아마 남한에서 최초로 성노동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반면에 문제도 아주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에 읽을 때는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공부를 해보니 몇 편의 자료를 자의적으로 발췌, 편집한 그런 수준의 책이더군요.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성노동자 문제가 제기되는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인식할 도리가 없겠지요. 게다가 이 책은 성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성매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전혀 엉뚱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어요.

호성희 실장이 성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금 지적한 것처럼 노동력이 상품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런 현실을 어떻게 지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이 상품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런 현실을 어떻게 지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취해야 할 태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바로 이것이 콜론타이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기하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런 것인데, 성노동을 판매하는 여성이 일반적인 여성노동자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것입니다. 폐지론자나 금지론자는 단지 문학적인 수사에 의존할 따름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성노예라는 용어도 이론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인 수사일 따름입니다. 별로 근거가 없는 과장일 따름이지요. 전업적인 성노동자조차 성노예는 아닙니다. 그 여성이 처한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은 오히려 폐지론이나 금지론에 의해 조장된 사창제에 기인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사정은 19세기 전반기의 성노동자와 비교해보면 아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당시의 성노동자 중에는 물론 공창제에 포섭된 전업적인 성노동자도 있었지만 말하자면 겸업적인 성노동자도 많았습니다. 겸업적인 성노동자란 사실 여성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실업이나 빈곤 같은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을 판매하게 된 여성이라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성을 판매하는 여성도 노동자의 지역공동체 외부에서 생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업적인 성노동자라고 할지라도 포주나 기둥서방 같은 폭력배가 아니라 같은 여성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지요.

따라서 폭력배에 의해 지배받는 전업적인 성매매라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사창제를 지양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 성노동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대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폐지론이나 금지론의 역사적인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또 시대착오적인 공창제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 일단 사창제를 지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를 설정해보자는 것이지요. 동시에 실업이나 빈곤 같은 어떤 특수한 사정에 의해 겸업적으로 성을 판매하는 여성이 여성노동자 일반과 차별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성매매의 형태가 아주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도 있습니다. 성교를 위한 성매매가 점차 주변화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가 출현하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포르노 배우라든지 누드 댄서라든지 마사지 걸이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형태인데, 그런 경우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남성과 성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남성의 자위를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그런 성노동자의 인터뷰를 보면, 2-3년 정도 돈을 벌어 예컨대 조그만 가게를 차린다든지 하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매매를 노동권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해보겠습니다. 우선 성욕에 대한 권리라는 차원에서 성매매에 접근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물론 성노동자라는 관점을 지지하는 일부 초자유주의 페미니스트 중에서는 성노동자가 성욕에 대한 권리를 실현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성숙씨도 그런 주장을 하지만 역시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니키 로버츠인데, 그녀가 쓴 성매매 여성의 역사는 고대의 여사제나 헤타이라까지 계보를 소급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럴 경우 성적으로 해방된 모든 여성이 성매매 여성의 계보로 포섭된다는 문제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 헤타이라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초기의 쿠르티잔입니다. 실제로 자유 결합을 실천한 테루아뉴 드 메리쿠르나 올랭프 드 구즈는 쿠르티잔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유결합을 실천한 울스톤크라프트는 성매매 여성의 처지가 부인보다 못할 것은 없고 오히려 더 정직하다(no worse, more honest)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자유결합과 프리섹스가 구별하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구별해야 하는 것처럼 자유결합과 성매매가 구별하기 쉽지 않더라도 또한 마찬가지로 구별해야만 하겠지요. 저는 부르조아 가족의 역사적 형태가 변화하면서 그것을 보충하는 성매매의 역사적 형태도 변화한다는 관점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성노동자의 모성권이라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쟁점이지요. 성매매가 탈규제되고 불법화되면서 초래된 아주 중요한 결과의 하나는 성노동자가 모성권을 박탈당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성노동자의 아이를 강제로 양육원에 보내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성노동자를 일반적인 여성노동자와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볼 때 성노동자에게도 모성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요. 누구라도 성노동자의 모성권을 부정할 수 있는 자격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매매 여성의 권리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성욕에 대한 권리는 물론이고 새로운 시빌리테와도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성매매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고, 따라서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면서 성매매라는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할 따름이지요. 금융세계화가 강요하는 빈곤과 실업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의 권리를 노동법이나 상법 같은 민법에 의해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역사적 마르크스주의 : 이념과 운동>>/윤소영/2004.12/공감출판사 中 p293-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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