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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철학자) "깨어 있는 사람들은 소수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소수입니다."
이익 집단의 선동과 자본의 강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깨어 있는 사람들은 종교적 힘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이데올로기 공간에서 각성과 종교적 근본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요?
거의 10년 전, 전직 무슬림 활동가였던 마리암 나마지(Maryam Namazie)는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초청을 받아 "ISIS 시대의 배교, 신성모독,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슬람의 여성 억압에 초점을 맞춘 그녀의 강연은 무슬림 학생들에 의해 무례하게 방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나마지는 대학 페미니스트 학회 내에서 동조자를 찾았나요? 아니요. 페미니스트들은 골드스미스 이슬람 학회 편을 들었습니다.
이 예상치 못한 연대는 궁극적으로 두 담론의 형태적 유사성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각성은 세속화된 종교적 도그마로 작동하며, 여기에 내포된 모든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종적 각성에 대한 흑인 비평가인 존 맥워터(John McWhorter)는 최근 저서인 '깨어 있는 인종주의'에서 그 중 몇 가지를 열거했습니다. "흑인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 흑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이해할 수 없으며,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인종 차별주의자다", "다문화주의에 관심을 보여라 / 문화적으로 차용하지 말라".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 운동의 억압적 잠재력을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빈센트 로이드(Vincent Lloyd)가 최악의 상황에서 각성을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반인종주의 지옥에 갇힌 흑인 교수'를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로이드의 자격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흑인 교수이자 빌라노바 대학교의 정치신학센터 소장인 그는 대학의 흑인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이며, 반인종주의 및 변혁적 정의 워크숍을 이끌고, 흑인 인종차별 반대와 감옥 폐지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고전적인 텍스트인 '흑인의 존엄성'을 비롯한 여러 저서를 집필하고, 『지배에 맞선 투쟁』 등을 출간했습니다.
2022년 여름, 로이드는 텔루라이드 협회로부터 엄선된 17세 학생 12명이 참석하는 6주간의 '미국에서의 인종과 법의 한계'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4주 후, 학생 중 두 명은 동료들에게 투표로 탈락했고 로이드 자신도 곧 배척당하고 쫓겨났습니다. 그의 마지막 수업에서,
“각 학생은 준비된 성명서를 통해 세미나의 내용과 형식이 어떻게 반흑인 폭력을 영속화했는지, 흑인 학생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내가 몸짓을 포함한 수많은 미세한 공격에 대해 어떻게 유죄를 받았는지, 반흑인을 세상의 모든 병의 원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견해를 즉시 시정하지 않아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내용을 낭독했습니다.”
로이드는 이러한 경향을 "1970년대 좌파 조직이 붕괴되면서 동지들의 전투성을 일치시키고 끌어올리려는 욕구가 독단주의와 환멸로 가득 찬 독성 문화로 이어졌던 그 순간"과 비교합니다. 그의 비평가들은 일련의 도그마에 의존했습니다. "반흑인 억압을 제외하고는 억압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흑인 여성을 믿어라", "감옥은 결코 답이 아니다", "모든 비흑인과 많은 흑인은 흑인에 대한 혐오에 책임이 있다"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미나와 워크샵의 형식적 갈등이었습니다. 로이드는 세미나, 즉 의견 교환을 실천하려고 했습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간과한 것을 발견하고 교수가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토론을 이끌면서 한 가지 개입이 다른 개입으로 이어집니다. 세미나는 일반적으로 특정 텍스트에 초점을 맞추고 참가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의미를 밝혀내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로이드가 비판하는 반인종주의 워크숍에서는 도그마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누군가가 고의 또는 무의식적으로 도그마를 위반한 방법과 장소에 초점을 맞춰 토론이 진행됩니다. 알렌카 주판치치(Alenka Zupančič)가 지적했듯이, PC 워크샵의 세계는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hold Brecht)의 야자거의 세계(*긍정하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계속해서 예라고 말하고, 성실한 당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주된 주장은 "해악"입니다. 로이드에 따르면 '피해'는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수감자에 대한 토론 중에 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이 연방 수감자 인구 통계를 인용했습니다. 수감자의 약 60%가 백인이라는 것입니다. 흑인 학생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워크숍에서 객관적인 사실이 백인 우월주의의 도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미나 밖에서 흑인 학생들은 흑인에 관한 것이 아닌 교도소 통계를 들으며 자신들에게 가해진 피해를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며칠 후 그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은 프로그램에서 쫓겨났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첫째, 이 새로운 컬트는 고정되고 객관화된 교리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결합합니다(물론 억압받는 흑인만이 자신의 감정을 인종차별주의자의 죄책감의 척도로 삼을 권리가 있지만요). 논쟁의 비판적 대립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며, 이는 '공개 토론'이 인종차별적이고 백인 우월주의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객관적 사실은 백인 우월주의의 도구"라는 트럼프주의자들의 말처럼, 우리는 대안적 사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는 진실의 핵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잔인하게 억압받는 사람들은 자유주의-인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데 필요한 깊은 성찰과 정교한 토론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의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란의 지도자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적 억압의 잔인한 희생자가 아닙니다. 각성된 이들은 엘리트 대학의 최고 수준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소수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소수입니다.
둘째, 미스터리는 큰 타자(이 경우 텔루라이드 행정 당국)의 기능에 있습니다. 각성된 흑인 엘리트들이 점차 모든 사람에게 강요한 견해는 처음에는 흑인 참가자 중에서도 소수의 견해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고 왜 이 소수가 다수를 위협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텔루라이드 협회가 그들의 편을 들어 로이드의 변호를 거부하도록 강요하는 데까지 이르렀을까요? 왜 그들은 최소한 좀 더 미묘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을까요? 소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각성이 더 큰 자유주의와 좌파 공간을 무력화하여 공개적으로 각성됨에 반대하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역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초자아라는 개념으로 제시합니다. 초자아는 불가능한 요구로 나를 괴롭히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나의 실패한 시도를 조롱하는 잔인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기관입니다. 내가 '죄'를 짓는 노력을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욱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기관입니다. 쇼 재판에서 자신의 결백을 공언한 피고인들에 대해 "결백할수록 더 많이 총살당할 자격이 있다"는 옛 냉소적인 스탈린주의자의 모토는 가장 순수한 초자아입니다.
그리고 인용한 구절에서 맥워터(McWhorter)는 초자아 역설의 정확한 구조를 재현하지 않았나요? "당신은 흑인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영원히 노력해야 한다 / 당신은 흑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이해할 수 없으며,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인종 차별주의자이다." 요컨대, 노력해야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죄입니다... 이 복잡한 명령의 구조는 우리가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성취되는 초자아의 역설을 설명합니다. 프로이트가 지적했듯이, 초자아 계명에 더 많이 순종할수록 우리는 더 큰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 역설은 라캉이 초자아를 즐기라는 명령으로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거움은 불가능한 현실이며, 우리는 결코 그것을 완전히 달성할 수 없으며, 이러한 실패는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날 사회를 특징짓는 일련의 상황은 끝없는 PC 자기 검열과 같은 이러한 유형의 초자아 압력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승무원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너무 거슬리고 성적으로 불쾌하지는 않았는가? 승무원에게 말을 걸 때 성차별적인 뉘앙스가 담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등등. 이러한 자가 점검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스릴은 분명합니다.
일부 서구 자유주의 좌파가 이슬람 혐오증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까봐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것도 마찬가지일까요? 이 이야기에서 이슬람에 대한 모든 비판은 서구의 이슬람 혐오증의 표현일 뿐입니다. 살만 루슈디는 무슬림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여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를 사형에 처하라는 파트와(fatwa)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결과는 예측 가능합니다. 서구의 자유주의 좌파가 자신의 유죄를 조사할수록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에 대한 증오심을 감추려는 위선자라는 비난을 더 많이 받게 됩니다. 이 별자리는 다시 초자아의 역설을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타자가 요구하는 것에 순종할수록 죄책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슬람을 더 많이 용인할수록 이슬람의 압력이 더 강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초자아 구조는 텔루라이드 사건(Telluride case)에서 다수자와 제도적 거대 타자가 깨어 있는 소수에 의해 어떻게 그리고 왜 공포에 떨었는지 설명해 줍니다. 그들 모두는 진정한 정의의 부르심과는 거리가 먼 초자아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각성된 흑인 엘리트들은 흑인 억압을 줄이겠다는 공언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회적 지배 관계를 효과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각성한 엘리트에 의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상황은 더 복잡하지만 여전히 분명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사회 지배에 가담한 죄책감 때문에 각성된 요구에 복종하지만, 각성된 요구에 복종하면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그렇게 하면 자신이 했던 방식으로 계속 살 수 있는 한 기꺼이 자신의 죄책감을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오래된 개신교의 논리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죄책감만 느끼면 된다.“ (계속)
(*깨닫게 하다woke는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경계를 의미하며 소외된 집단 특히 젠더 및 정체성과 연결된 개념. 좌파 및 진보 운동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멸칭蔑稱으로 사용. 참조 #Feminism #PC주의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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