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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 불가지론, 유신론 대표 옥스퍼드 교수 3명 종교 토론 2024·05·06 02:55

[편집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궁극적인 원인
〇 케니 (사회자 겸 토론 참여자, 철학자, 불가지론자) :
오늘 우리는 4가지 종류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할 것입니다.
첫째, #존재의_본질. 둘째, 인간 종의 기원. 셋째, 지구에 출현한 생명의 기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의 기원입니다.
로완부터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〇 로완 캔터베리 대주교 (성공회 헤드, 2002~2012,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신학과 철학 가르침) :
인간은 우리가 아는 우주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마 이 주제는 인간이 누리는 자유, 혹은 우주의 질서 안에서 독립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성격에 대한 것이겠죠.
우선 인류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우린 왜 언어를 사용할까요? 언어와 의식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그렇다고 인간과 동물이 완전히 다르지 않은데 말입니다. 인간도 다분히 본능적이죠.
하지만 저는 인간이 인류중심적 (anthropocentric) 우주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에 대한 질문을 논할 것입니다.

〇 도킨스 (옥스퍼드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전투적 무신론 운동의 주창자) :
당신이 한 말을 들으니 헉슬리가 한 말이 떠오르네요. “진화는 스스로 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는 인류를 두고 한 말이죠.
인류의 독특성은 머리 속에 우주와 같은 모델이 자리잡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또 이야기하게 되겠죠. 여기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위대한 사실 하나가 대두됩니다.  
물리 법칙이 수백억의 행성 중 오직 이 지구 행성만이 식물, 나무, 캥거루, 곤충, 그리고 우리를 만들어내도록 허락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1859년부터는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믿기 어렵겠지만, 물리 법칙이 자연선책이라는 것을 만들어냈고, 이 자연선택이 목적의식을 지닌 존재를 생산해냈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인류는 ‘설계’라는 착각에 속아왔습니다. 다윈의 성취는 오직 진화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윈으로 인해 다른 과학 분야들도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믿기 어려워하지만, 어떤 지적 손재가 설계했다는 설명은 제가 보기엔 이제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러한 답변은 과학적 책임을 무시하는 거죠.

〇 케니 :
우리 셋 모두는 ‘객관적인 진실’이란 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 거지요.
도킨스, 당신은 물리법칙이 우리를 창조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물리법칙 자체는 무언가를 일으키지 못하지 않나요? 체스게임에도 룰이 있지만, 룰 자체가 게임을 진행시키지는 않습니다.
〇 도킨스 :
옳습니다. 여기서 체스 룰은 자연선택이 되겠죠. 유전자 코드의 무작위적 변화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에 의해 필터링 됩니다.
만약 컴퓨터가 체스 게임을 한다면, 그 컴퓨터 자체는 그저 전자의 충돌을 일으키는 기계일 뿐이겠죠. 거기에 소프트웨어라는 복잡성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체스를 플레이 할 수 있을 겁니다.
〇 케니 :
이 부분이 제가 묻고 싶은 지점입니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를 설명해낸다고 하셨죠.
하지만 의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과연 의식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이 우리에게 일인칭의 자아를 갖게 할까요?
〇 도킨스 :
저는 유물론자로서 의식은 뇌로부터 나온다고 믿습니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지만, 앞으로 뇌과학과 전산학이 이를 해결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과학에 어떤 구멍이 있다고 해서 “신이 했다”라고 말해선 안됩니다. 그냥 모른다고 해야죠.
〇 로완 :
저는 신이 갑자기 “의식이 있으라!” 하며 그것을 창조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은 이겁니다.
전체 우주의 시스템은 물리법칙으로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우주가 어떻게 온전히 물리적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의식’을 만들어 냈을까요? 우주에 무언가 지적인 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〇 케니 :
이건 토론 후반부에 나눌 내용입니다. 신까지 가기 전에, 의식과 관련해서 영혼이란 개념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은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로완, 어떻게 생각하세요.
〇 로완 :
저는 영혼을 묻는다기보다는, 인간의 의식적 능력에 대해 질문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의식이 있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죠.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농담도 하고, 상상력도 발휘하고, 동정하며, 심지어 기도하죠.
어떤 사람들은 무한한 창조적 에너지라거나 혹은 신이라 불리는 존재와 관계까지 맺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자아성찰은 동물 레벨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영혼을 유령 같은 실체로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존재가 자아성찰과 의미를 추구한다는 사실이 곧 영혼을 지닌 것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겠죠.
〇 케니 :
그런 인간 개개인의 능력은 신이 준 건가요, 아니면 조상으로부터 받은 건가요?
〇 로완 :
신이 직접 개개인을 설계한 뒤 순서대로 세상에 내려 보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4세기 신학자인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놀랍게도 진화론처럼 들리는 발언을 합니다. 영혼이란 물리적 발생의 프로세스 안에서 총체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지, 육체에 직접 투입되는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〇 도킨스 :
의식이 총체적인 발생의 결과라는 말이 흥미롭네요. 어떤 학자들은 유아의 의식이란 개인의 준한 인격들이 합쳐져 형성된다는 제안을 합니다.  
어떤 철학자들은 의식 자체가 환상이라 말하죠. 어쨌든 대주교님은 케니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뒤에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영혼이 존재하나요?
〇 로완 :
짧게 답하자면 그렇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타인 혹은 신과 관계할 수 있는 우리의 자아가 단순히 물리적인 죽음을 통해 중단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우리가 물리적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서 관계를 손절하지 않으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의식 자체가 환상이라는 말로 돌아와 보고 싶은데요. 좀 모순적인 말인 듯합니다. 환상이란 개념 자체가 의식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요?
〇 도킨스 :
네, 옳은 지적 같습니다.  
〇 로완 :
제가 이런 주제에 대해 읽을 때마다 계속 이런 결론들은 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의식이란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려면 무엇이 실재고 무엇이 착각인지를 구분해 줄 의식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대니얼 데닛(Daniel C. Dennett. 철학자, 인지과학자)이 “의식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말할 때 전 머리를 긁적였어요.
〇 도킨스 :
때로 이런 주제로 동료들과 토론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은 이렇게 토론을 끝내더군요. “그래, 난 의식이 없어!”
하지만 여전히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 있는데요. 언젠가는 인간이 튜링 테스트(  )를 통화할 인공지능을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의식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이겠죠.
〇 로완 :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이진법 시스템으로 되어 있죠? 그렇다면 인간도 근본적으로 이진법으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〇 도킨스 :
공학적 편의를 위해 이진법을 사용할 뿐, 소프트웨어의 세계로 가면 더 이상 이진법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〇 케니 :
컴퓨터에게 자유의지가 있나요? 인간에게는요?
〇 도킨스 :
어려운 문제입니다. 컴퓨터에게 일어날 모든 일은 예정되어 있죠. 컴퓨터 안에 있능 원인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도 자유의지는 없습니다.
〇 케니 :
당신의 첫 번째 책인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많은 이들이 당신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인 ‘확장된 표현형’에서는 그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셨죠. 그런데 결정론자가 아니란 말은 결국 자유의지를 믿는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〇 도킨스 :
저는 유전자가 우리 자신을 전부 결정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주장한 건 유전자가 자연선택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거죠.
우리는 유전자 결정론에 반대하면서도 여전히 결정론자일 수 있습니다. 세상 안의 모든 요소가 원인이 되어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겁니다.
〇 로완 :
그 말은 곧 모든 결정이 예측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〇 도킨스 :
결정론자들은 그렇다고 답해야겠지요. 저는 약간 망설여지는 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어떤 유령이 있어서 그것이 물리적 요소와 상관없이 선택을 내린다고 보지는 않죠.
〇 로완 :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주 안에 영적인 영역과 물리적인 영역이 있다고 두부 자르듯이 나누지 않더라도, 여전히 물리적인 요소들이 모여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창발을 일으킨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〇 도킨스 :
전부 결정되었는데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지닌 걸 수도 있죠. 이전에 뇌과학 실험이 있었습니다. 물컵을 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몇초 전에 이미 그런 생각을 하기로 결정된다는 결과를 보여줬죠.
〇 로완 :
그 실험이 크게 흥미롭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사소한 결정에 대한 실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구와 결혼할지, 혹은 누구에게 투표할지 등이 결정되어 있다는 실험 결과를 본다면 매우 흥미롭겠습니다만..  
〇 도킨스 :
그런 실험은 세팅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실험 가능한 것을 놓고 논해야 합니다.  
〇 로완 :
실험이 불가능해도 논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적 논증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저보고 “넌 5초 내에 그 컵을 집어 들기로 결정되어 있어!”라고 말한다면, 전 그 일을 거부할 수 있을 겁니다.
그 거부조차 결정되었을 수 있겠지만, 만약 이 일을 계속 반복한다면 무한한 회귀가 발생합니다. 만약 제가 5초 뒤에 이 컵을 집기로 결정되었다고 말하려면, 거기엔 아무런 변동의 여지가 없어야겠죠.  
〇 도킨스 :
맞습니다. 철학자들이 좋아할 만한 논증입니다.
〇 케니 :
많은 철학자들은 그 실험이 가정한 나이브한 자유의지 개념에 반대합니다. 데카르트적 자유의지 말이죠.
어떤 영혼 같은 게 몸 안에 있어서, 그것이 모든 육체의 반응을 주도한다는 생각입니다. 비트겐슈타인 이후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그런 식의 자유의지를 믿지 않죠.  
〇 도킨스 :
그렇다면 철학이 자유의지를 끝장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건가요?
〇 케니 :
만약 잘못된 철학적 개념을 지닌다면, 의식과 행동의 진행 순서가 당신의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〇 도킨스 :
전 철학자가 아니라서.. 다음엔 철학자를 불러보시지요.
〇 케니 :
로완, 당신은 영생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그냥 신앙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논리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문제인가요?
〇 로완 :
영생에 대한 엄밀한 철학적 논증을 떠올릴 순 없습니다. 몇몇 임사체험 사례들이 흥미롭긴 했지만요. 기본적으로 사후에 대한 소망은 기독교인으로서 제 믿음에 기초합니다.
〇 케니 :
두 번째 주제인 #인간의_기원 으로 넘어가죠. 생화학자인 로버트 길먼 교수가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인간의 과학적 지식이 오직 생물학적 진화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요?”
〇 도킨스 :
질문이 이해가 안 되네요. 만약 인간의 존재에 대해 묻는 거라면 제 대답은 예스입니다.
〇 로완 :
제 생각엔 인간 의식이 물질로만 설명이 가능하냐는 질문 같습니다.  
〇 도킨스 :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진화는 뇌가 복잡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죠. 그러나 인정해야 할 것은 뇌가 단순 생존을 넘어선 많은 것을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엔 큰 위협이 없는 평범한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학이나 철학 같은 것도 가능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마치 처음엔 계산기로만 쓰이던 컴퓨터로 이젠 체스도 두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〇 케니 :
우리 모두 진화 지체에는 동의하지만 거기에 대한 설명에서 갈리는 것 같네요. 로완에게 이렇게 물어보죠. 첫 번째 인간의 조상은 인간이 아니었을까요?
〇 로완 :
그렇게 믿습니다.
〇 케니 :
인간이 아닌 존재에서 인간이 될 때 신의 개입이 있었을까요?
〇 로완 :
성경에 따르면 인간이 하나님의 부르심과 지도를 받게 된 시점이 있습니다. 의식, 그 중에서도 신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 시점이 있겠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 된 시점이라고 봅니다.
〇 도킨스 :
첫 번째 인간이란 것 자체가 없었습니다. 모든 건 점진적인 변화죠. 마지막 호모 에렉투스 부모가 첫 번째 호모 사피엔스 베이비를 낳은 시점이 있었을까요?
만약 신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그랬어야만 하죠.
〇 로완 :
맞습니다. 단 한 명의 첫 번째 인간을 말하는 건 많은 문제를 가져오죠. 하지만 저는 인간이 인간으로 불릴 첫 시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조건은 자의식과 신에 대한 의식이라고 봅니다.
〇 도킨스 :
자의식 자체가 점진적 진화로 일어났다고 보지 않나요? 침팬지 실험에서도 거울을 보던 침팬지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이라 불리기 전에도 의식은 있었을 겁니다.
〇 케니 :
인간이 출현한 시점 자체를 특정할 수 없다는 거네요?
〇 도킨스 :
그렇게 봅니다. 간혹 매크로 뮤테이션이라 해서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경우도 있지요. 식물 중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갑자기 이전 종과 교배할 수 없게 되죠. 하지만 동물은 그리 갑작스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점차 이전 종과 교배할 수 없게 되어가는 거죠.
〇 케니 :
언어의 발달도 자연선택만으로 일어났다고 보시나요?
〇 도킨스 :
단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통사구조(syntactic structure)를 지닌 언어를 말하는 거라면, 인간에게만 한정된 게 맞습니다.
〇 케니 :
통사구조란 가정법이나 부정을 포함한 언어를 말하는 거죠?
〇 도킨스 :
맞아요. 침팬지로부터 구분되는 인간만의 유전자 중 두 세 개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 유전자에만 이상이 생긴 사람들은 말을 할 수 없게 됐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특정한 돌연변이가 인간에게 언어를 선사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말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아기는 부모가 말을 못하는데 누구랑 대화한 걸까요?
〇 케니 :
저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돌연변이로 다리가 길어지는 건 그러려니 하는데, 무리 중 한 명만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면, 누구에게 그 능력을 써먹었느냐는 거죠.
〇 도킨스 :
또 다른 제안은 계급체계 유지를 위해 쓰이건 명령어(hierarchical embedment: 계층적 포섭)들이 언어 이전에 쓰였다는 거죠.
〇 로완 :
아기가 소리치면 그냥 부모도 같이 소리 지른 건 아닐까요?
〇 도킨스 :
그럴 수도 있습니다. 교육받은 침팬지들 싸인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어요.
하지만 “나에게 바나나를 주세요”가 아니라 이런 수준이죠. “나, 나, 나!! 바나나! 줘! 줘!”
〇 로완 :
첫 번째 인간은 없었을지라도, 첫 번째로 말하기 시작한 존재는 있었다는 거군요.
〇 도킨스 :
맞아요. 그랬을 겁니다.
〇 케니 :
질문 하나를 받았습니다. “인간에게 많은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이 있지만, 그에 비해 많은 결함도 있습니다.”
이것은 진화의 실패일까요, 설계의 실패일까요?
〇 도킨스 :
인간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결함이 많죠. 지구에서 이 사실에 당황할 사람은 창조과학자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회귀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 등이 있죠. 후두까지만 가는 게 아니라 굳이 가슴까지 내려왔다고 동맥 하나를 감고 다시 후두로 올라옵니다.
기린의 경우 5미터나 돌아가는 셈이죠. 무슨 설계자가 이런 설계를 합니까? 하지만 진화론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죠. 우리의 어류 조상들의 경우 이게 가장 효율적인 루트니까요. 물고기는 목이 없습니다. 이런 예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질문자에게 한번 여쭤보죠.
〇 질문자 :
제 질문의 요지는 인간으로서 능력이 다 개방되기 전에 일찍 죽은 사람들에 대한 겁니다. 진화가 결국 이런 일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〇 도킨스 :
빡센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입니다.
〇 케니 :
이것은 로완 주교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〇 로완 :
당신은 지금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묻고 있습니다.
요절하거나 끔찍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질문인데요. 변화하는 세상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죠.      
〇 도킨스 :
이것이야말로 자연선택의 밑바탕에 깔린 생각입니다.
진화가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셨는데, 오히려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게 진화의 핵심입니다.    
자손을 낳기 전에 맞이하는 죽음, 그걸로 진화가 일어납니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 세계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일이죠. 그냥 그렇게 되어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세계야말로 신이 없다는 생각과 가장 잘 맞습니다. 어떻게 선한 신이 이렇게 설계를 할까요?
〇 로완 :
우리는 설계라고 하면 우리의 설계 행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설계죠.  
하지만 우주를 창조한다는 게 어떤 모양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주에 특정 지성이 있어 어떤 한 점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곧 창조일지 모릅니다.
제가 설계라는 단어를 피했음에 주목하세요. 저는 하나님이 세부적인 것들까지 전부 관리한다고 믿기 어렵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기 때문이죠.
“만약 하나님이 이런 디테일한 일들을 하고 계신다면, 왜 더 잘할 수 없을까?”
〇 케니 :
생명의 기원이라는 토픽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다윈주의로 쉽게 설명이 안 됩니다. 진화론은 이미 존재한  생명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느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죠.
〇 도킨스 :
옳습니다. 자연선택이 유전자를 시작하도록 만들 수는 없죠. 생명 이전에 자기복제가 가능한 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분자의 출현은 단 한번이면 됩니다. 그 이후의 과정처럼 반복될 필요가 없어요.
만약 수 십억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이상 자가복제 분자의 출연은 측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게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능한 이론들만이 존재하죠. DNA는 너무 복잡하니 RNA부터 등장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RNA의 복제 능력이 DNA로 촉매 능력 쪽이 단백질로 뱔전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야 한다는 반대 논증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인류원리’로 설명합니다.  
만약 10의 22승 만큼 많은 행성이 존재한다면, 생명이 진화될 기회가 그만큼 많이 주어진다는 뜻입니다. RNA 가설이 확률이 높은 이론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우주 전체에 생명이 가득했어야겠죠. 발생할 확률이 엄청나게 희박한 이론일지라도, 중요한 건 이미 발생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수 많은 행성의 숫자에 비해 지구상 종의 숫자는 귀여운 수준에 불과합니다.
〇 케니 :
도킨스, 당신은 책에서 극히 희박한 확률이 곧 불가능은 아니란 점에 대해 논했죠. 하지만 불가능은 아님과 실제로 발생했음 사이엔 그래도 갭이 있어 보입니다.
〇 도킨스 :
차이가 있죠. 하지만 오직 한 행성에서, 단 한번 발생해도 되는 일이라면요? 여기서 ‘인류원리’가 대두되는 거죠.
〇 케니 :
사람들에게 ‘인류원리’를 설명해주세요.
〇 도킨스 :
만약 극히 희박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곳이어야만 합니다. 왜냐면 그 사건을 관찰할 우리가 여기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〇 케니 :
“이곳이어야만 합니다”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철학자들은 형이상학적 필연과 인식론적 필연을 구분합니다. 인식론적 필연은 인식론적 가능성의 반대죠. 만약 우리 모두가 어떤 사건의 가능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그 사건이 필연이란 뜻은 아닙니다.
당신이 들었던 예를 가져오자면, 10명의 저격수가 한 사형수를 두고 총을 쐈는데 모두 빗나갔다면, 사람들은 어떤 설명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형수가 말하는 거죠. “아뇨, 총알은 빗나갔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아있으니까요!”
〇 도킨스 :
존 레슬리의 비유죠. 저는 인식론적 뭐시기가 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명 발생의 확률이 희박하자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는 것 차제가 이미 그런 일을 발생한 행성에 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〇 로완 :
도킨스 박사에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유전자가 출현하기 전부터 정보를 옮기는 기관이 있었을 거라고 말하셨죠?
〇 도킨스 :
그렇습니다.
〇 로완 :
그러나 당신이 직접 말한 바에 따르면 인류의 출현 전까지 지성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보 자체도 존재할 수 없지 않나요?
〇 도킨스 :
그 점을 근거로 특별한 신적 사건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으신 거겠죠. 이 문맥에서 정보가 자기복제 가능한 분자가 여러 종류를 지녔다는 점을 뜻합니다.
한 종류만 있으면 경쟁도 다양성도 없겠죠. 어떻게 DNA 코일 같은 구조가 출현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점은 곧 밝혀질 미스테리로 봅니다.
〇 로완 :
우리는 토론 초반부에 우주가 인간을 출현시키기에 적합해 보인다는 점을 이야기했죠. 이 말은 곧 우주가 필연적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지녔다는 뜻 아닌가요?
〇 도킨스 :
흥미롭네요. 우주는 캥거루도 만들어냅니다. 자연선택이 정보를 만들어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〇 케니 :
우주의 기원으로 넘어갑시다. 질문이 도착했네요.
“만약 우주가 정말 수백억 년 되었고, 인간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면, 성경(Bible) 저자들은 어떻게 인간이 등장했는지 적어놓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틀린 건가요?”
〇 로완 :
성경 저자들은 21세기 물리학을 전달하도록 영감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전달하길 원하는 내용에 대해 영감 받았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창세기를 읽는다면, 우주가 하나님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  그리고 인간이 그 역할에 실패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자들이 틀렸다기보다는 과학을 말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봅니다.
〇 도킨스 :
몇몇 세련된 신학자들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존재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원죄에 대한 이야기가 비유로서 중요한 내용을 전달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〇 로완 :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해석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석해 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〇 도킨스 :
그렇다면 왜 창세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창세기를 재해석하려고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21세기 과학에 집중하면 안 되나요?
〇 로완 :
만약 21세기 과학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저도 21세기 과학에 집중할 겁니다. 하지만 우주 내에서 인간의 도덕적, 영적 포지션에 대해 묻는다면 창세기를 펼치겠죠.  
〇 도킨스 :
왜 기원전 800년 전에 쓴 책에서 그걸 찾아야 하나요? 그냥 본인의 지혜로 답을 주면 안 되나요?
〇 케니 :
로완은 창세기가 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그런 것 아닐까요? 반면 리처드, 당신은 신의 존재에 대한 반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죠.
〇 도킨스 :
그렇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신’에서 말한 건데요. 신에 대한 생각엔 7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나는 신이 존재하는 걸 안다”이고요, 일곱 번째가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안다”입니다. 저는 여섯 번째 쯤에 위치한다고 봅니다.
〇 케니 :
그럼 그냥 ‘불가지론자’라고 말씀하시지요.
〇 도킨스 :
저도 그렇게 말해요.
〇 케니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로 불리시잖아요.
〇 도킨스 :
스스로 그렇게 부른 건  아니죠. 그럼 6,9쯤 할게요. 제가 신이 존재하는지 모른다고 해서 그게 50:50 이란 뜻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불가지론자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지적 설계자가 존재할 확률은 매우 낮아요. 그렇다고 신이 없다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안다는 건 아니고요.
〇 케니 :
확률이 적다고 보시는 이유는요?
〇 도킨스 :
설계된 것처럼 복잡한 것들이 다윈의 업적에 의해 설계가 아닌 걸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이해될 만한 가장 심플한 이론을 통해 말이죠.
만약 이 모든 것은 신의 의도라고 말한다면, 탐구할 의미 자체가 없습니다. 이 모든 40억 년의 복잡한 과정을 그냥 신이 그렇게 되도록 만든 거라고요?
이는 과학에 대한 배신입니다.
〇 케니 :
당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만약 복잡한 진화 과정을 일으킨 존재가 있다면 그는 더 복잡한 존재일 것이며, 따라서 더 복잡한 설명이 요구된다.”
〇 도킨스 :
거기에 더해 당신의 기도까지 듣고 죄까지 용서해줘야 하죠. 매우 복잡한 존재입니다.
〇 케니 :
구조의 복잡성과 기능의 복잡성은 다릅니다.
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신은 시공간 내에 구조를 지니지 않으므로 심플한 존재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지전능하다는 기능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복잡하죠.
전자면도기와 면도칼의 예로 들어보자면, 전자면도기가 훨씬 복잡한 구조를 지녔지만 기능적으로는 면도칼이 더 복잡하죠. 전자면도기와 달리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〇 도킨스 :
아예 돌(stone)이 더 복잡하다고 하시죠.
〇 로완 :
저는 레이저 얘기는 안 할게요. 신은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해왔죠. “신은 무언가의 결과물이 아니란 점에서 가장 심플하다.”
만약 무엇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실재가 신이라면, 그는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저는 ‘만들어진 신’에 써 놓은 단순성과 복잡성에 대한 논증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봅이 우주의 내재적 질서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는 이 질서가 그저 존재할 뿐, 무언가의 결과물이 아니므로 심플하다고 말합니다.
〇 도킨스 :
저는 여러분이 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무로부터 발생된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사실 말입니다.
정말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지 않습니까? 왜 스스로의 세계관을 신과 같은 이상한 개념으로 어지럽히나요?
〇 로완 :
저도 그 생각이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어지럽힌다는 단어를 쓰셨는데요. 저는 하나님이 마치 구둣주걱 같이 꼽사리 낀 존재라고 생가하지 않습니다.  
〇 도킨스 :
저는 정확히 구둣주걱처럼 보이네요.
〇 로완 :
그러니까 우리가 토론을 하고 있는 거겠죠.
〇 케니 :
마지막 질문을 던져볼게요.
도킨스, 당신은 수많은 우주가 존재할 것이란 생각에 매료되었죠. 우주 자체가 미세조정 되었다는 생각에 반대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지적 설계자’나 ‘다중우주’나 똑같이 형이상학적 가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중우주’ 또한 신처럼 과학적 관찰로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만약 과학 시간에 신을 언급해선 안 된다면, ‘다중우주’도 언급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〇 도킨스 :
‘다중우주’는 단순히 미세조정에 반대하려고 발명된 개념이 아닙니다. 다른 이유들이 있어요. 물리학자가 있었다면 설명해줬을 텐데요.
만약 제가 행성 차원에서 ‘인류원리’를 말할 수 있다면, 다중우주 차원에서도 말할 수 있겠죠. 우리 우주가 이렇게 희박한 확률로 조정된 것은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일 뿐이라서 그렇다고 말입니다.  
〇 로완 :
다중우주에 대한 얘길 더 나누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구둣주걱 문제로 돌아 가자면요.
저에게 있어 아름다움과 우아함이란 수학과 사랑이 함께 어우러져 목적이 있는 우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서 옵니다. 당신이 목적 없는 무로부터 우주를 과학적으로 밝혀낼 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우주를 단지 분석할 뿐 아니라 묵상합니다. 당신이 과학을 통해 우주를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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